팔랑귀의 진로선택 (3)
'산업디자인' 이 아닌 '프로덕트디자인' 전공이었기 때문인지,
전공수업은 모빌리티, 전자기기 등.. 지금 생각하기에 좀더 실무를 엿볼 수 있는 디자인을 배우기보다는
그당시 모든 학생들의 목표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등의 입상을 노리는
아이디어 제품 디자인, 감성디자인, 모티베이션 디자인등이 주를 이뤘다.
그게 잘못되었다거나 하는 평가를 하는것은 아니나, 나에게는 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각디자인이 좀더 내 적성에 맞았던게 아닐까..
그렇다면 난 왜 반수를 하며 시간을 버린걸까.
진지하게 디지털미디어쪽으로 전공을 틀어야 하나 고민을 하며,
프디에서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자꾸 다른 전공 수업을 듣게되는데
그중, 'UX 디자인' 수업에서 알게 된 '서비스디자인' 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콕! 박히게 된다.
(사실 UX, User Experience 라는 단어가..너무 멋져보여서..ㅋㅋ 관심을 갖게 된 걸수도..)

그리고 이 멋진 사용자 경험 디자인 강의를 시작으로 UX에 발을 담가보고싶어진 나는
각종 대외활동들에 참여하며 나름의 포폴을 쌓기 시작했다.
Big camp for education
이름을 잊어버린 1박2일간의 합숙 서비스기획 워크샵
SK에서 진행했던 UX 강의들
삼성전자에서 진행한 멘토링에 참여하며
그곳에서 만난 팀원들과 공공디자인 앱을 만들어, 공모전에서 수상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때까진 '기획' 보다는 'UX디자인' 에 가까웠다.
그렇게 서비스 기획자를 꿈꾸며 UX 디자인 포폴을 쌓아
SK플래닛의 인턴을 거쳐
나름 탄탄한 중소기업의 UI 디자이너로 입사하게 된다.

신입으로 입사해 약 4년간의 내 모습..
기회가 된다면 책 한두권 정도는 출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 나의 첫 회사..
디자인을 똥으로 알고 기획자의 말은 먹히지 않는 그 곳에서
난 디자인도 기획도 다 포기하고 공무원같은 삶을 살아보자 마음먹었으나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준 어떤 계기를 통해
연봉을 낮추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무려 기획자로!!)
모두가 말렸고, 심지어 나조차도 도피성 이직이라는 말에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충동적인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커리어에 날개를 달아 준 좋은 선택이었다.
그곳에서(개고생하며) 쌓은 포폴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으니..
대학교 졸업반 시절, 한 대학생 웹진의 표지모델을 하며(ㅋㅋㅋ...) 진행했던 인터뷰를 우연히 읽게되었다.
어쩌다보니 기획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8년 전 그 인터뷰에서 난 서비스 기획자가 된 나의 미래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ㅎㅎㅎ
돌아돌아 왔지만.. 결국 바라던 서비스 기획자가 되었으니
작은 목표 하나는 이룬 삶이 아닐까.. 싶어 괜히 기분이 좋았더랬다.
장황한 1편에 비해 지구력이 많이 떨어진 2편이 되었지만,
뭐 어찌됐건,
어쩌다보니 기획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목표였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그려나갈 기획자로서의 커리어는 어쩌다 이루어낸 결과가 아니라
많은 고민 끝에 빚어낸 결과일 것.
이 두 가지를 잊지 않기 위해
(말주변은 없지만) 이 공간을 차곡차곡 잘 쌓아나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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